60화. 판 앞으로 다시 들고 온 값
# 60화. 판 앞으로 다시 들고 온 값
진짜를 들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밖으로 달아나는 길보다 오히려 더 조용했다.
시온은 그게 더 불길하다고 느꼈다.
경기장이 완전히 뒤집힌 뒤라면, 원래는 더 많은 소리가 쫓아와야 했다. 욕설, 경고, 총성, 부서지는 금속음. 근데 안쪽 구조물 밑으로 다시 붙는 이 선에선 이상하게 소리가 한 번씩 죽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판 중심 쪽 소리를 비워 두는 것처럼.
자히르가 기다리고 있다.
말로 확인할 수 없어도,
그 침묵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지우 스키프와 카엘 활주기는 이제 거의 같은 속도로 안쪽 구조물 아래를 타고 있었다. 완전히 붙진 않았지만, 갈라질 이유도 줄어든 상태였다. 검붉은 활주기는 여전히 뒤를 물고 있었으나, 아까처럼 거칠게 덮치지 못했다. 진짜를 들고 자히르 앞까지 다시 들어가려는 손을 중간에서 엎어 버리는 건, 경기장에서 빼앗는 것과는 값이 달랐으니까.
“이제 여기서 건드리면 지들도 같이 뒤집혀.”
카엘이 낮게 말했다.
세른이 짧게 답했다.
“그래도 기회 보이면 문다.”
“당연하지.”
한지우는 앞쪽 죽은 셔터 그림자를 보며 짧게 말했다.
“그래서 빨리 들어가야지.”
시온은 손안 불씨를 더 단단히 쥐었다.
진짜 불씨는 여전히 화려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동안에도 커지지 않았고, 꺼지지도 않았다. 그냥 손안에서 낮고 끈질기게 살아 있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이 모든 난장판 한가운데서 가장 큰 증거처럼 느껴졌다.
“앞 열린다.”
시온이 낮게 말했다.
죽은 구조물 아래를 타던 선이 끝나자, 다시 하즈란 중심 중정 바깥층으로 붙는 넓은 접속 면이 드러났다. 경기 시작 전 봤던 출발선과는 같은 곳인데도, 지금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 붉은 천막은 반쯤 뒤집혀 있었고, 관람 난간 일부는 무너져 있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구경꾼처럼 서 있지 않았다. 누구는 뒤로 빠졌고, 누구는 아직 안쪽을 보고 있었고, 누구는 다음에 어느 편에 붙을지 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자히르는 여전히 서 있었다.
이번엔 앉아 있지 않았다.
시온은 그게 이상하게 더 크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자히르는 늘 자기 자리에 앉아 판돈이 굴러오는 걸 보던 사람이었다. 근데 이제는 직접 일어나 있었다. 누가 진짜를 들고 다시 자기 앞까지 돌아오는지, 그 마지막 장면만큼은 앉아서 받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나심은 그보다 반 걸음 뒤에 있었고, 하룬은 더 옆에 서 있었다. 나히라는 아카 앞을 반쯤 막은 채였고, 루하이는 난간 아래까지 내려와 거의 안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서린과 아테르는 이제 더 이상 관람자가 아니라 다시 판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된 얼굴들이었다.
두 기체가 중심 앞에 닿는 순간, 군중 소리가 한 번 크게 일었다가 스스로 꺼졌다.
다들 봤기 때문이다.
경기는 깨졌다.
규칙은 뒤틀렸다.
그런데도 진짜를 든 손은 살아서 돌아왔다.
그 사실 하나가,
방금 전까지 뒤집혔던 판 전체를 다시 붙드는 중심이 됐다.
한지우가 스키프를 멈추자, 선체 아래서 마지막으로 얇은 금속 떨림이 길게 새어 나왔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상태였다. 카엘 활주기도 조금 떨어진 옆에 멈췄다. 느리고 둔했지만, 끝내 안 찢기고 여기까지 붙어온 기체였다.
시온은 바로 내리지 않았다.
이 손안 불씨 하나가,
지금은 사람보다 먼저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자히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돌아왔군.”
목소리는 여전히 크지 않았다.
근데 중정 전체가 그 낮은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
이 사람은 여전히 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
시온은 그 말이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돌아왔다.
그 말 안엔
살아남았고,
들고 왔고,
결국 내 앞에 다시 섰다는 뜻이 전부 같이 들어 있었다.
한지우가 먼저 내렸고, 시온도 그 뒤를 따라 바닥에 발을 디뎠다. 발이 아직도 열기층 흔들림을 기억하는 것처럼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손은 안 풀었다.
자히르 시선이 곧장 그 손으로 갔다.
“보여.”
그가 말했다.
짧은 말.
시온은 더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손을 펴, 조용히 살아 있는 붉은 불씨를 드러냈다.
화려하진 않았다.
근데 죽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군중 안쪽에서 누군가 숨을 삼켰고, 루하이는 거의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 아테르 눈빛도 더 날카로워졌고, 서린은 오히려 아주 잠깐만 숨을 고른 뒤 다시 표정을 죽였다. 아카는 여전히 멀리 있었지만, 이번엔 아무도 그녀 눈을 안 봐도 됐다. 진짜가 이미 누구 손에 들어왔는지가 너무 선명했으니까.
자히르는 그 불씨를 한참 봤다.
“죽지 않았네.”
그가 낮게 말했다.
“가짜는 아니니까.”
시온이 답했다.
짧은 정적.
그건 도발 같으면서도, 방금 이 자리에선 가장 정확한 문장이었다.
나심이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
하룬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그 침묵이 더 또렷했다. 경기장 장치가 어떻게 뒤틀렸는지,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지금 문제는 그걸 누가 먼저 입 밖에 꺼내느냐였다.
자히르가 먼저 불씨에서 시온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그럼 묻지.”
그가 말했다.
“누가 판을 망쳤지.”
이번엔 중정 공기가 아까와 다른 의미로 멎었다.
이건 더 이상 경기 정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를 든 손이 살아 돌아왔고,
그러면 이제 누가 규칙을 깨뜨렸는지까지 같이 정산해야 한다.
서린이 아주 낮게 웃었다.
“이제야 그 얘기하네.”
아테르는 바로 옆에서 아무 말 없이 하룬 쪽을 한번 봤다. 세른도 마찬가지였다. 루하이는 숨을 죽였고, 나심 웃음은 더 얇아졌고, 나히라는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아카 앞을 더 가렸다.
시온은 그 순간 알았다.
여기서부터는,
살아서 돌아온 걸 증명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 살아 돌아온 결과를 누구 피로 정산할지 정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자기 손에 진짜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