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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사냥이 닫히기 전 합류

# 56화. 사냥이 닫히기 전 합류 어두운 프레임 밑을 빠져나온 순간, 한지우 스키프와 카엘의 활주기는 거의 동시에 같은 외곽선에 몸을 얹었다. 정확히 같은 길은 아니었다. 한지우 쪽은 죽은 사면 아래를 긁고 올라온 탓에 더 낮고 더 거칠었고, 카엘 쪽은 넓은 우회선에서 내려온 만큼 조금 더 바깥에서 붙었다. 근데 둘 사이 거리는 이제 소리로 닿을 만큼 가까웠다. 경기 중 각자 다른 구역을 통과해 오던 두 팀이, 처음으로 진짜 같은 선 위에 올랐다. 시온은 그 순간 괜히 숨부터 짧아지는 걸 느꼈다. 이제야 사람이 늘어난다. 그 뜻은 곧, 살 길도 늘어나지만, 판도 더 커진다는 뜻이었다. 카엘이 먼저 말했다. “살았네.” 한지우가 뒤도 안 보고 답했다. “아직.” 세른은 두 팀 사이 거리보다 더 멀리 보고 있었다. 위쪽 붕괴선이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검붉은 활주기가 어느 선으로 다시 붙는지, 그리고 경기장 바깥 손들이 언제 이 아래선까지 닿을지를 계산하는 눈이었다. “합류는 지금이 맞아.” 그가 낮게 말했다. “근데 바로 뭉치면 느려져.” 카엘이 짧게 물었다. “그럼.” “같이 가되, 한 선에 겹치진 말자.” 세른이 답했다. “앞은 한지우 조가 열고, 우리는 반 박자 바깥에서 받쳐.” 한지우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옆을 흘끗 봤다. “괜찮네.” 짧은 말이었다. 근데 시온은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지금 같은 판에서 한지우가 남 손 계산을 바로 받아준다는 건, 적어도 세른이 지금 보고 있는 선이 믿을 만하다는 뜻이었으니까. 시온은 손안 불씨를 더 단단히 감쌌다. 세른 눈도, 카엘 기체도, 한지우 조종도 지금 다 이 불씨 하나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판에서 따온 점수표가 아니라, 진짜를 든 손을 살아서 밖으로 빼내기 위한 배치로. 뒤쪽에선 검붉은 활주기가 다시 선을 회복하고 있었다. 노련하긴 했다. 아까 두 번이나 흐름을 놓쳤는데도 완전히 죽지 않았다. 활주기 한쪽 패널이 뜯기고 뒤 탑승자 어깨가 한번 크게 흔들렸어도, 앞 조종사는 끝까지 선을 붙잡았다. 다만 이젠 처음처럼 여유롭게 따라붙는 쪽이 아니었다. 불씨를 든 팀이 둘로 늘었고, 어느 쪽을 먼저 찢을지 판단해야 하는 쪽이 됐다. “한지우 조 먼저 문다.” 세른이 낮게 말했다. 카엘이 바로 이유를 물었다. “불씨가 거기 있으니까?” “그것도 있고.” 세른이 답했다. “우리 활주기는 빼앗기보다 버티는 쪽이라 지금 당장 부수는 맛이 덜해.” 카엘은 짧게 웃었다. “맛까지 재냐.” “쟤들은 재.”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붉은 활주기 기수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불씨가 있는 쪽을 먼저 씹겠다는 방향이었다. 시온이 바로 말했다. “온다.” 한지우는 짧게 답했다. “보여.” 앞쪽 외곽선은 여전히 멀끔하지 않았다. 죽은 사면을 지나온 선은 계속 끊기고 이어졌고, 군데군데 위에서 무너진 금속 조각과 유리질 파편이 깔려 있었다. 경기장 밖으로 완전히 나간 것도 아니고, 아직 하즈란식 판 가장자리 안에서 억지로 이어 붙인 선 같았다. 누군가 일부러 만든 탈출로가 아니라, 원래 회수와 관리용으로 남겨 둔 선을 지금 억지로 살려 쓰는 쪽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더 한지우답게 읽혔다. 좋은 길이 아니라, 남들이 안 길이라고 버린 길을 끝까지 한 번 더 쓰는 손. “앞에 둘로 갈라져.” 시온이 말했다. “오른쪽은 깨끗해서 수상하고, 아래 왼쪽은 더럽지만 이어져.” 한지우가 곧장 아래 왼쪽을 물었다. 거의 동시에 세른이 카엘한테 말했다. “우린 오른쪽 위.” 카엘은 바로 물었다. “수상하다며.” “그래서 우리가 봐.” 세른이 답했다. “한지우 조는 들고 있고, 우린 확인해.” 카엘은 그제야 군말 없이 활주기 코를 위로 눌렀다. 두 팀이 한 번 더 갈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경기 때처럼 따로 떨어진 게 아니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역할만 나눠 갖는 갈라짐이었다. 시온은 그 차이를 바로 느꼈다. 아까까지는 각자 자기 판을 버티는 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같은 진짜를 중심에 둔 두 겹 방어선에 가까워졌다. 관람대 위에서도 그 흐름은 읽히고 있었다. 루하이는 거의 미치겠다는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봤고, 서린은 말 대신 시선으로 두 팀이 갈라진 각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테르는 그보다 더 멀리, 경기장 바깥 손들이 어느 선에서 내려붙을지 보고 있었다. “저렇게 나누네.” 루하이가 말했다. “이제 완전 경기 아니잖아.” 서린이 아주 낮게 답했다. “이제야 제대로 판이지.” 아테르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경기는 규칙이 사람을 자른다. 근데 판은 진짜가 어디 들어갔는지부터 다시 계산한다. 지금 아래서 움직이는 건 후자가 됐다. 나심은 여전히 정리 중이었고, 하룬은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 자히르는 끝까지 안 움직였다. 그런데 그 셋 다 이제 아래 외곽선으로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경기 결과를 보는 눈이 아니라, 누가 진짜를 든 채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 보는 눈. 아카도 마찬가지였다. 나히라 앞에 반쯤 가려진 채로도, 아카 눈은 한지우 조 손이 아니라 두 팀이 갈라진 뒤 다시 어디서 만날지를 먼저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경기 관전자의 눈이 아니었다. 진짜를 든 손은 결국 어떤 선으로 몰리는지 아는 사람의 눈이었다. 바로 그때, 카엘 조가 올라탄 오른쪽 위 선에서 짧은 금속 파열음이 튀었다. 카엘 활주기가 멈춘 건 아니었다. 근데 너무 깨끗해 보이던 바닥 아래에서 얇은 판 하나가 위로 들리며, 활주기 앞쪽을 한 번 긁고 지나갔다. 세른 말대로였다. 수상한 선이었다. 그냥 좋은 길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회수용으로 남겨 둔 정리된 선. “역시.” 카엘이 낮게 말했다. 세른은 이미 다음을 보고 있었다. “죽진 않았어.” 그가 말했다. “근데 여기 오래 타면 잡힌다. 바로 다시 내려가.” 카엘은 활주기를 억지로 더 눌러 오른쪽 위 선을 짧게만 긁고, 다시 한지우 조 쪽 아래선으로 내려붙을 각을 만들었다. 그 순간 검붉은 활주기가 어느 쪽을 먼저 물지 잠깐 망설였다. 한지우 조는 불씨를 들고 있고, 카엘 조는 그 불씨를 감싸는 바깥 선이 된다. 둘 다 놔두면 안 되는 구조. 시온은 그 짧은 망설임을 보고 처음으로 숨을 조금 크게 쉬었다. 좋다. 이제 저쪽도 고민한다. 한지우가 그 순간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죽은 외곽 아래선을 더 깊게 파며 스키프를 한 번 더 아래로 떨어뜨렸다. 거의 추락처럼 보였지만, 시온은 이제 안다. 한지우는 떨어질 것처럼 보여야 사는 사람이다. 남들이 무너진다고 보는 각을, 마지막 순간 살아 있는 면으로 바꾸는 사람. “잡고 있어.” 그가 짧게 말했다. 시온은 대답 대신 불씨를 더 깊게 끌어안았다. 뒤에선 검붉은 활주기가 다시 붙고, 옆에선 카엘과 세른 활주기가 아래로 재합류 각을 잡고, 위에선 경기장 바깥 손들이 점점 더 이탈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온은 알았다. 다음은 단순 합류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진짜를 쥔 두 팀이 같이 도망치는 법을 결정해야 한다.
응원은 셈이야 — 순위도, 압박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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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이야 — 순위도, 압박도 아니야.